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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이 끝나간다. 곧 있으면 7월이 다가오며 하반기가 된다. 상반기 동안 내가 뭘했을까 정리라도 해둬야 나중에 잊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이 공개될 때 쯤이면 아마 나는 이상한모임의 720 컨퍼런스에서 내가 취업하면서 나 자신이나, 포트폴리오 등을 관리한 이야기를 이야기한 뒤가 될 것 같다. 이 글에도 그 내용이 일부 들어있다.

생존하는 것에 대한 고찰

1월에 처음 세운 목표는 생존이었다. 작년에 내가 병원비로만 100만원을 썼다는 사실에 멘붕하면서 어떻게든 심신의 안정을 찾고 생활 패턴을 만들고 규칙적인 삶을 살아서 생존하는게 목표였다. 내가 병원에 쓰는 돈을 생각하면 1년에 100만원이 아니라 한달에 몇십만원을 쓰고 있으니 사실 삶을 유지하기 위한 코스트는 더 높아지긴 했다. 그리고 운동도 못했다, 이건 특유의 의지 박약과 인도어한걸 좋아하는 성격이 한 몫 했을 것 같다.

근데 이상하게 작년과 올해 내가 느끼는 심리적인 지침은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심리학에 대해서 관심이 많아지면서 계속 책을 읽고 상담도 꾸준히 받고 적극적으로 무언가를 하려고 했었던 것들이 분명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상담이나 치료 등으로 돈이 많이 들었지만, 그 돈이 아깝지 않을만큼 내 마음에 조금이나마 안정을 준다는 생각도 들게 된 것이다.

2년 가까이 습관성 수면제(심심치 않게 뉴스에 나오는 졸피뎀이 그것이다.)를 먹었던 것 같다. 이 약의 도움도 많이 받았지만 어느샌가 내가 계속 약으로만 잠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게 되었다. 수면 습관을 어떻게든 만들면서 졸피뎀을 끊었는데 힘들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지금도 과각성 상태가 되거나 할 때는 신경안정제를 먹긴 하지만 그래도 내가 먹는 약 중에서 마약류가 하나 줄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꽤 기뻤던 것 같다.

어떻게 하면 더 잘 생존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아직 많이 하고 있다. 하반기엔 어떻게 부족한 운동을 시작해야할까라는 고민도 해본다.

책을 많이 읽게 된 이야기와 전자책

상반기에 나의 변화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책을 많이 읽은 것에도 의미를 좀 두고 싶다. 모리 히로시의 S&M 시리즈같은 추리 소설부터 알프레드 아들러나 빅터 플랭클의 로고테라피같은 심리학 책, CPU와 컴파일러의 최적화나 LLVM에 관련된 기술 책, 하즈키 맛챠의 “내가 나로 있기 위해” 같은 만화책까지… 50권 넘는 책들을 상반기에 읽은 것 같다.

사실 이상한모임에서 전자책에 대해 처음 접했을 때는 책이나 앨범에 대한 소유에 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전자책을 부정하게 됬었는데 굉장히 두꺼운 책들과 일본의 문고판 책들, 이런 경우들을 보니까 전자책이 생각보다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결국은 아이패드가 짱이었다. 리디북스 페이퍼의 E-ink 디스플레이는 나를 만족시키지 못했고, AM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갤럭시탭S2는 막상 Epub 책을 열어보는게 버벅거렸다. 킨들, 리디북스, iBooks 등 플랫폼을 아우르지 않고 편안한 독서 경험을 아이패드가 제공한 것 같았다.

인상적이었던 책들을 두 권만 골라보면 바빗 로스차일드의 “내 인생을 힘들게 하는 트라우마”가 내 자신의 PTSD 증상과 대응 방법 등에 대해 알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고 생각하며, 제임스 팰런의 “괴물의 심연”은 인간의 반사회적인 기질에 대한 발현은 오히려 유전자같은 선천적인 영향보다도 후천적인 부분에 영향을 더 받는 것 같다는걸 느낄 수 있었다.

번역을 하고, 진짜 블로그를 관리하고.

내가 지금까지 블로그를 관리하는거는 글을 한번 쓰다가 블로그를 지우고 새로 만드는 것의 무한한 반복이었다. 이것은 의미없는 일이었기도 하지만, 꽤 좋은 글들도 날리기도 했다. (사실 브리즈번에서 토비님이나 오현석님을 만나게 됬던 계기도 내가 관리를 안하다가 날라간 블로그에 올렸던 글이다.) 올해 상반기는 정말 블로그를 만들어서 계속 꾸준히 쓰고 있다. Github에서 페이지를 서빙해주니까 유지 코스트가 들어가지 않아서 굉장히 좋은 것 같다.

사실 블로그를 관리하면서 내 번역이나 글에 대해서 부족함을 많이 느끼는데, 그런 글도 잘 읽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다. 사실 글재주 없는 공돌이로는 직접 계속 글을 쓰는게 도움이 되는 것 같고, 또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이라는 책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아무튼 Qiita에서 좋은 글들을 보면 번역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고, 그 생각을 생각에서 멈추지 않고 직접 트위터로 소통하고 번역할 수 있게 되었다.

프리랜서로 일하다가, 회사에 들어가고.

올해는 프리랜서로 일하는걸로 시작했다. 사실 쉬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사람이 사는데는 돈이 필요하니까 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모 회사의 테스팅 플랫폼에 들어가는 탈옥 기반 iOS 리서치 과제라던가 모 서비스에서 영수증을 자동으로 인식하는 알고리즘 연구 등을 했었고 나중에는 안정적인 병원 치료를 위해 직장이 필요하다는걸 느끼고 회사에 들어가게 되었다.

사실 이모콘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내가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과 일하는게 중요하다는걸 고민하게 되었다. 프렌트립에 합류한건 딱 1개월 되었다. 일을 시작하기 2일 전에 회사에 가서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때 소스코드 권한을 같이 받아서 소스를 리딩한게 어느 정도 이해하는데에 도움이 되었다.

Conclusion

상반기에 한 것

  • 생존에 대해서는 체중 감량 등에 대해서는 오히려 아쉬운 점이 많았지만, 생활 패턴을 되찾게 되고 졸피뎀을 끊었다. 나는 아직도 힘들고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병원에서는 그래도 90점 이상의, 빠른 치료 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 독서를 많이 했다. 아이패드를 통해 전자책에도 빠진 것 같다. 하반기에는 100권 가까이의 책을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
  • 제대로 블로그를 관리하게 되었다. 재미있는 글들을 찾아 번역하는 재미를 느끼고, 뭔가 파고 싶은 것들이 있거나 아니면 생각을 정리할 때도 블로그는 유용한 것 같다.
  • 프리랜서로 일하다가 프렌트립에 합류했고, 이번 상반기는 정말 같이 일하고 싶은 분들과 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열심히 그러면서도 재밌게 일하고 있어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하반기에 하고 싶은 것

  • 우선 회사 일에 대한 욕심이 있는 것 같다. 제대로 된 안드로이드 앱을 고쳐서 내가 만든 서비스에서 나쁜 경험을 얻지 않게끔 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 트라우마에 대해 좀 편안하게 마주하고, 이인감이나 해리성 장애로 나의 정신을 해리시켜 도망치지 않고 싶다.
  • 더 많은 좋은 글들을 번역하고 싶은 마음도 크고, 내 실력이 좀 더 늘어서 온전히 내가 좋은 글들을 쓸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 피 검사 등을 받아보면 모든 지표가 정상적이긴 한데, 체중과 체지방 양은 그래도 많고 높다. 개인 PT를 해서라도 좀 하반기엔 운동을 해봐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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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ze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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